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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세기말의단죄.세븐(Seven.1995)

by 꿈꾸는구름 2019.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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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영화적인 독창성을 지닌다는 것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의 경우는 전자라 하겠다. 감독 특유의 색감과 영상, 스토리, 영화적 발상은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을 만들 정도로 깊고 강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나도 그 팬층에 끼어 있는 사람중 하나이다. 95년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만해도 광고계에서는 유명했으나 아직은 '에일리언 3'(2편보다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3편도 괜찮았다) 한편을 연출했던 초보 감독이었기에 별다른 기대없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극장 문을 나설 때의 그 충격이란 대단했다. 광고계에서 쌓은 영상미와 빠른전개는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며 그 이후 연출한 '파이트 클럽'을 보고 이 감독에게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영화 '세븐'은 '데이빗 핀처'의 초기작으로 초보 감독 같지 않은 세련된 영상과 빠른전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까지 갖춘 연출력을 선보였다. 

초보형사 '밀즈'역의 '브래드 피트' (다음 발췌)

  영화 '세븐'은 은퇴를 일주일 앞둔 노련한 형사 '윌리엄 서머셋'(모건 프리먼)과 신참내기 형사 '데이비드 밀즈'(브래드 피트)가 마주하게 되는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당시 세기말의 분위기가 그러했듯이 미래가 없는 듯한 암울하고 우중충한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세기말은 '종말'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시기였고, 사회의 분위기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비슷한 양상이었나 보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니. 언제나 비가 쏟아지는 회색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로 '네오 누아르 장르'(범죄와 폭력세계를 다룬 영화)를 설명할 때 항상 좋은 예시로 선택되는 수작이 되었다.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톨릭에서 정의한 7대악 '탐식, 탐욕, 색욕, 교만, 나태, 분노, 시기' 이 죄를 행한 사람을 찾아내어 죽인 후 메세지를 남기는 연쇄살인마 '존 도(케빈 스페이시)'의 뒤를 쫓는 이야기 이다.

사건 현장에 남긴 Greed (탐욕)이라는 글자 (다음 발췌)

  영화는 줄곧 사람들의 무관심한 태도를 노골적으로 비판을 한다. 자신의 죽은 동료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밀스 형사, 세입자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월세만 잘 내면 최고라는 집주인, 흉기를 만들든 뭐를 만들든 돈만 받으면 되는 가족 공예사, 임무에는 관심이 없이 포커를 치는 도서관 경관들, 그리고 최고의 장면은 온몸에 피투성이가 된 채 경찰서로 걸어 들어 오는 연쇄살인마 '존 도'를 그가 스스로 소리치기 전까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처럼 다양한 장면들과 사건을 통해 무관심의 패악에 대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 한것은 이런 사회의 만연한 무관심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연쇄살인마인 '존 도'라는 것이다. '엄청난 죄악이 거리마다 가정마다 뿌리를 내리고 있어. 우리는 흔하다는 이유로 눈감고, 그것들이 일상이 되어 버렸지. 하지만 더 이상은 안돼.' 존 도는 죄악이 스며들어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를 비판한다. 그리고 자신은 방관하지 않으며 본보기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이후에도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고 연구하며 교훈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비록 그 방법은 대단히 잘못되었지만 무관심이 미덕이 된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인물은 연쇄살인마인 '존 도'였다.  

베테랑 형사 '윌리엄'(모건 프리먼)과 '밀즈'(브래드 피트) (다음 발췌)

  '존 도'는 이런 행위를 통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을 일깨워 주려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톨릭에서 정의한 7가지 죄보다 더 큰 죄악, 본질적인 죄악은 '무관심'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방관, 방조, 회피하는 것이 마치 미덕으로 여겨지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존 도'의 첫번째 대상은 '서머셋 형사'이다. 그는 은퇴를 앞두고 있었기에 사건에서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순수한 호기심 때문에 수사를 할 뿐 사건에 깊이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런 그는 '존 도'의 사건을 추적하다가 내적인 변화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사회에 대한 문제점들을 인식하는 방법에 있어서 '존 도'의 그것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그느 항상 자신이 머물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사건이 종결된 후 어디로 갈껀지 묻는 경찰서장에게 주변에 머물겠다고 말한다. 방관하고 회피하는 삶이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적극적인 인물이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간 형사 생활을 하고 사회에 염증을 느끼며 은퇴를 결심한 서머셋이 아이러니 하게도 '존 도'의 사건을 계기로 깨닫고 변화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유일한 밝은 분위기를 가진 '트레이시'(기네스 펠트로) (다음 발췌)

  두번째 인물은 초보형사 '밀즈'의 아내인 '트레이시'이다. 다른 피해자들은 모두가 해당 죄를 저지른 사람, 그 자신이 죽는데 왜 '분노'의 죄를 저질렀다고 추정되는 밀즈, 그가 아닌 그의 아내인 '트레이시'가 죽게 된 것일까. '밀즈'는 일에 빠져사는 일중독자인다. 그는 사건을 추적하며 너무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머지 사랑하는 그의 아내 '트레이시'를 방치한다. 영화 내내 '밀즈'가 아내를 방치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보여진다. '트레이시' 혼자 쓸쓸히 잠들어 있거나, 남편이 떠난 집에 홀로 있는 장면이 강조된다. 임신을 하고도 남편에게 말을 하지 못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남편과 터놓고 의논하지도 못한다. '트레이시'는 '밀즈'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바쁘고 중요한 일이라는 핑계로 정말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에 무관심하다. 그런 '밀즈'는 현대사회를 대변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그로 인해 희생당하는 인물인 '트레이시'는 우리에게 소중하고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편한것을 추구하는 이유로, 내 일이 아니면 상관하지 않게 된 이유로, 잃게 될 것들을 대변한다.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7대 죄악은 인간 본성에 가까운 감정들이다. 인간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복합적 감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관심'은 우리가 기꺼이 선택할 수 있고, 의도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죄악들보다 더 실질적인 죄악이라고 본다. 이것을 강조하고 비판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의 연기력이 폭팔했던 마지막 장면 (다음 발췌)

  주인공 '밀즈' 형사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는 24년전에도 연기를 참 잘했다. 앞뒤 안가리고 열정 넘치는 신입형사역할에 정말 잘 어울렸다. 살짝 건들거리는 연기에도 디테일이 살아있다. 특히나 마지막 '존 도'의 7번째 죄악의 희생자가 되는 장면에서는 보는 사람이 그 상황에 빠진것처럼 불안감이 들었다. 평범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한순간에 감정이 폭팔하는 그 느낌은 아무나 표현하기 힘들텐데, 브래드 피트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파트너인 '서머셋'형사로 등장하는 모건 프리먼도 특유의 덤덤하고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미쳐버린 세상과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들에게 염증을 느꼈음을 담담한 조소로 표현해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가 극대화 된 것 같다. 영화내에서브래드 피트에 비해 강력한 한방은 없었지만 영화의 핵심주제를 관통하는 축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쇄살인범인 '존 도'역 (케빈 스페이시) (다음 발췌)

  오히려 이 두사람보다 결과적으로 더 중요한 등장인물이었던 '존 도'를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는 같은 해에 개봉한 '유주얼 서스팩트'의 카이저 소재와 같은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차분하고 덤덤하게 범죄를 이야기하고 자신의 의지와 신념에 대해 광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감정의 고조가 전혀 없는 느낌의 대사톤은 그의 싸이코적인 성향을 대변해 주고 있으며 변하지 않는 그의 표정은 이미 세상에 대해 판단하고 확신을 내린 저 세상의 것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고 피를 흘리고 발악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스릴과 공포를 표현하는게 하수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라면 치밀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그리고 완전한 연기력으로 잔잔하지만 커다란 스릴과 공포를 만들 수 있는건 몇 안되는 고수들이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점에서만 본다면 '세븐'은 초고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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