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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그래다그런거지.가장보통의연애(Crazy Romance.2019)

by 꿈꾸는구름 2019.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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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35살의 연애 이야기는 남다를 줄 알았지만 역시나 남달랐다. 극 중 35살의 동갑내기로 등장하는 '재훈(김래원)'과 '선영(공효진)'은 직장 동료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팀장과 팀원 사이로 친구와 직장 선후배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을 겪기도 한다. 재훈과 선영은 둘 다 연애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결혼 직전에 파혼을 했지만 여자 친구를 잊지 못해서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하면 여자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고 다음 날 술이 깨면 후회를 하는 생활을 반복하는 재훈과 전 남자 친구들에게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선영이 우연하게 직장동료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었을 법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이 되고 혼자 부끄럽게 보았던 장면들이 많았던 것은 내가 겪은 이야기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결혼 직전에 파혼을 한 재훈(김래원) (다음 발췌)

  사랑에 관한 환상과 낭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선영의 직설적인 매력을 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숨기고 싶을 만큼 솔직함을 무기로 장착했다. 때로는 전형성으로 때로는 의외성으로 인생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해 보일 정도로 지고지순한 '재훈(김래원)'은 마음의 크기를 주체 할 수 없어 자꾸만 빈틈을 보이고, 자기 마음을 전하는데만 몰두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씨와 의리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게다가 결혼 직전에 파혼을 한 여자 친구라는 사람도 두 사람이 함께 살 신혼집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가 재훈에게 발각되어 파혼을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쪽은 오히려 '재훈'이었다. 모질게 연을 끊지 못하는 여린 마음을 가진 재훈은 같은 남자가 보아도 참 안쓰럽고 안돼 보였다.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가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감 있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인 판단력을 가진 '선영(공효진)' (다음 발췌)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선영(공효진)'은 사랑의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을 이미 많이 겪은 사람으로 마치 사랑에 달관한 사람처럼 조금은 건조하고 조금은 냉철한 자세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기죽은 기세를 보이지 않고 사이다 같은 반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은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다. 사랑할 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는 초연한 태도도 인상적이지만, 그저 재미로 남의 뒷 이야기를 하는 같은 회사 동료들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속 후련한 한방을 날리는 모습과 같은 쿨함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재훈과 영화 후반부에 두 사람만 술을 마시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술에 취해서 그러는 건지 술 취한 척을 하는 건지 보는 사람이 다 헷갈릴 정도의 '여우'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초같은 역할 '별철(강기영)' (다음 발췌)

  흔히 말하는 썸타는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달달하고, 설렘 가득한 '어린' 연인들의 전개라기보다는 이미 사랑에 통달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지질함까지도 보이는 영화이다. 영화 후기에 '현실적'이라는 단어들이 많이 등장을 하는데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매일 술 마시며 아파하는 모습도, 남자에게 혹은 주변 인물들에게 상처 입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모습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뿐이라 누구나 공감하며 관람할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웃음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한 소재는 남성과 여성이 이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이다. '남자는 다 똑같다. 그놈이 그놈이다.', '요즘 남자들은 귀하게만 자라서 이기적이다.', '여자가 단정치 못하게 옷차림이 그게 뭐냐?', '남자는 어린 여자를 밝힌다.' 등과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이성에 대한 다양한 편견과 선입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재훈의 선배이자 회사의 대표인 '관수(정웅인)' (다음 발췌)

  이성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외에도 '성범죄로 인해 촉발된 남녀 갈등(이자카야 화장실 사건)','직장 내 험담', '결혼가정의 육아와 가사분담', '전자담배' 등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유머러스하게 풍자하면서 시의성까지 나타내고 있다. 특히나 모든 중심이 되는 매체는 '카카오톡(카톡)'이다. 영화의 시작 장면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카톡' 화면이 등장을 하고 인물들 간에 갈등이 되는 요소도 '카톡'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직접 만나 서로를 바라보며 얘기하거나, 감정을 실은 목소리를 전달하는 전화가 아닌 '카톡'으로 무미건조하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야 하는 현실을 비꼬는 장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된 장면 (다음 발췌)

  주인공을 연기한 김래원과 공효진은 신인시절 MBC 드라마 '눈사람(2003)'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후, 무려 16년만에 재회해 함께 작업을 했는데 두 사람의 유쾌한 케미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축구의 티키타카를 연상시키는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들은 실제로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실감이 넘쳐났다. 처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영화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는 고개를 잠시 갸웃하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괜한 기우였구나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너무나 완벽했다. 조금 더 일찍 만나서 함께 연기를 해도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훈의 친구로 등장하는 '강기영'은 티비 예능에 나오는 그저그런 연예인이 아닌 영화의 조연으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해나가는 모습이다. 두 주인공 이외에 가장 비중이 높은 조연이었는데 가볍게 웃기는 코미디가 아니라 상황으로 웃길 수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잘하는 배우 한명이 등장한 것 같아 반가웠다. 그리고 재훈의 선배이자 극중 배경이 되는 광고회사의 대표로 등장하는 정웅인은 대사도 적고 등장씬도 적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었다. 연륜이란건 역시나 무시를 못한다. 

'어른'들의 로맨스이다 보니 술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다음 발췌)

  이 영화는 한마디로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적중률 높은 웃음을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였다. 시나리오의 개연성도 충분히 전달하고 있으며 영화의 초반에 등장했던 자잘한 소품들까지 후반에 설명을 해줌으로써 말그대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이해가 되어야 자연스러운 웃음이 유발되고 어색해지지 않는 것이다. 다만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 장면마저도 코믹하게 묘사되고 있기 때문에 달달한 로맨스만을 기대하고 본다면 그런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성과 관련된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단어들을 극 중 인물이 취중이라고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장면들은 '어른'이 본다 하더라도 다소 놀라운 장면들이었다. 알 꺼 다아는 어른들끼리의 로맨스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는 가지만 말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영화의 후반의 장면 (다음 발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달콤하고 씀쓸하며 솔직하고 대담하게 놀라울 정도로 담백한 전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참 좋았다. 그리고 두 주인공이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이나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장면(주말에 회사 전체가 등산 가는 장면은 손뼉을 치며 공감했다!)과 대사들의 활용을 다양하게 담아낸 부분도 좋았다. 아무래도 이제는 나 역시 그런 경험을 많이 한 나이가 되었으니 공감 수치를 높게 자극당해서 더 마음에 확 와 닿은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 힘들게 현실을 살면서도 티격태격하면서도 이제 더는 전과 같은 아픈 사랑을 하지 말고 그저 보통의, 가장 보통의 연애를 두 사람이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보았다. 그래 다 그런 거다. 살아보니 그렇다.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나도 살짝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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