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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중력을찾다.그래비티(Gravity.2013)

by 꿈꾸는구름 201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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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이 영화는 우주 스릴러로 '스릴러' 장르에서 중요시 되는 장치인 '소리'를, 정확히 말하자면 '적막'을 사용하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두운 화면에 하얀색 글자로 우주 공간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그래비티'라는 타이틀이 떠 있는 동안 귀가 아플정도의 큰 배경음악이 나온다. 그 음악소리가 신경쓰이기 시작할 즈음 적막과 함께 드넓은 우주가 눈에 가득찬다. 24시간 '소리'에 둘러쌓여 살고 있는 지구인들인 우리에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굉장한 공포심을 준다. 특히나 그 공간이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라는 공간이라면 그 공포감은 배가될 것이다. 위성 잔해가 머리위로 쏟아지는 데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고 우주 정거장이 폭발해도 우주는 침묵한다. 실생활에서는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아도 소리로 상황을 파악하고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눈앞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드넓은 우주공간에서 인간은 그저 한낱 '점'일 뿐이고 그 넓은 공간에서 사람 하나가 살아 남는것도 엄청나게 힘이 든다. 

우주유영장면의 신기원을 보여준 영화 (다음 발췌)

  영화의 약 80%를 CG로 채운 이 영화는 제작비 1000억원의 대부분을 CG효과에 배분하면서 SF 우주 스릴러 장르를 효과적으로 창조해 내었다. 실제 화성탐사하는데 드는 비용이 약 700억(인도에서 발사한 화성 탐사선의 비용)임을 감안하면, 캐스팅비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용을 CG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 나탈리 포트만, 레이첼 와이즈, 나오미 왓츠, 스칼렛 요한슨, 셀마 헤이엑 등의 여주인공 후보들 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산드라 블록'을 선택한건 신의 한수였으며, 실제로 개인사에서 고초를 겪고 있었던 그녀는 영화속 우울하고 공허한 연기가 연기였지만 동시에 연기가 아니었다. 연기를 그만 둘 생각까지 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감독이기에 결국 영화를 받아들였고, 쉽지 않은 촬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라이언'의 연기를 매우 훌륭하게 해내었으며 그녀 스스로 '그래비티'를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고 앞으로의 삶을 꾸려가는데 일조했다고 고백했다.

주인공 '라이언'역의 '산드라 블록' (다음 발췌)

  영화는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집중한 만큼 영화전반에 보이는 광활하다못해 공허함까지 느끼게 되는 끝없는 우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의 '우주'는 그 자체가 공포인것이다. 그곳에 스릴러의 모든 요소가 있다. 스릴러 장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큐의 느낌이 드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이다. 스릴러의 장르에서 필요한 사운드 효과를 최소한으로 사용한 영화였음에도 그 '효과'적인 측면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사용으로 아카데미 음향효과상을 거머쥐었으며, 앞에서 언급했듯이 80%가 CG효과였음에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정밀하게 계산된 촬영을 함으로써 역시나 아카데미 촬영상을 타게 된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임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제작비가 사용되었는데 촬영, CG, 음향 등 영화제작의 거의 대부분이 사전에 계산된 대로 진행되어서 절감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주 유영장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실감나는 장면들로 이루어졌다. (다음 발췌)

  제목인 'GRAVITY'는 우리말로 '중력'이다. 우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힘이지만 우주에서 미아로 떠도는 이야기에 왜 '중력'이라는 제목을 달았을까? 아마도 이 영화에서의 '중력'이란 지구, 고향, 돌아가야 할 곳, 가족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주인공 라이언이 돌아가고자 한곳이 단순한 지구가 아닌 가족이 있고, 삶이 있고, 그녀의 존재 이유가 있는 곳이기에 돌아가고자 했고 의지를 꺽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감독의 메세지도 영화 곳곳에 보여진다. 마치 탯줄과 같이 생명유지선에 의지한채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인의 모습이나, 우주정거장에 간신히 도착해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라인언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자궁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태아의 모습과 같이 보인다.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앞에서 미약한 인간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주의, 자연의 거대함 앞에 겸손해야 할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의 모습을 아름답게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다음 발췌)

  삶이 가장 감동적으로 체험되는 순간이 바로 죽음의 경계선을 오고 갈 때이다. 지구의 경계선을 넘어서면 무중력 상태가 된다. 영화가 보여주는 무중력을 통해서 관객은 죽음을 체험하게 된다. 살아있지만, 기계에 의해서 생명이 연장되는 공간이 우주이다. 우주는 단순히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죽음이 바로 옆에서 히죽거리는 현장이다. 언제든지 아주 쉬운 방법으로 죽음 저편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곳에서 삶을 직시하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빛과 소리를 제거하면 사람은 환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우주는 정반대이다. 무한히 열려진 공간과 다양한 광선이 보인다. 이곳에서 신비함과 적막, 고요를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가 '체험하는 영화'라고 불리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경계선이란 왼편도 오른편도 아닌 공간이다. 둘 사이에 있게 되면 삶과 죽음을 오고가는 진실을 보게 된다.   

마치 태아가 자궁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장면 (다음 발췌)

  외계인과의 처절한 전투장면이 있어서 엄청나게 스펙타클하거나 스케일이 큰 영상미를 보여준다거나 화려한 그래픽 효과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다른 의미에서 그간 할리우드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우주 영화의 기본적인 틀을 깨부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고요하지만 거대한 영화가 바로 '그래비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울러 영화를 내내 혼자 이끌어가는 산드라 블록 만큼이나 영화초반에 등장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튼실히 잡아 준 조지 클루니의 연기도 훌륭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는 이제 굉장한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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