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리뷰]행동력의힘.쓰리빌보드(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2017)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이 영화의 힘은 골든 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기 때문에 그 둘을 먼저 언급하고자 한다. 영화는 세 개의 광고판에 문구를 요청하는 나이 든 중년 여성의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지역의 신망 높은 지지를 받는 경찰 서장을 저격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광고 문구로 요청하는 이 여성은 무고한 딸아이를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들의 손에 잃어버린 가엾은 어머니이다. 그녀가 저격한 경찰서장은 지역에서 명망 높은 유명한 인사이기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 여성을 말리고 막아서기 시작한다. 경찰, 종교인, 치과의사, 심지어 자신의 아들과 전 남편까지 나서서 그녀를 말리고 저지한다. 그녀는 자신이 저격한 경찰서장이 췌장암 말기로 죽어가는 사실을 알고서도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고 결코 행동의 수위를 낮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경찰서장 '월러비(우디 해럴슨)'과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다음 발췌)

  그녀가 저격한 경찰서장이 집에서 총으로 자살을 한 것이다. 지역은 일순간 경찰서장을 추모하는 분위기로 뒤바뀌고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밀드레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어 간다. 억울한 피해자의 어머니로 소개되는 주인공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수도 없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보여준다. 분노, 죄책감, 후회, 슬픔 그리고 다시 분노, 다시 죄책감, 후회, 슬픔으로 변해가는 그녀의 감정은 보는 사람을 편하지 않은 자세로 만든다. 이 여성은 일반적인 보통의 평범하고 자상한 어머니상과는 매우 다르다. 자신의 딸이 강간당해 죽던 날, 그녀는 딸과 말싸움을 하며 딸에게 네가 꼭 강간당해 죽기를 바란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무자비한 성품을 지닌 어머니이다. 그렇기에 그녀에게는 평소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전 남편은 커녕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인 아들조차 그녀를 완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다. 

경찰관 '딕슨(샘 록웨)'과 '밀드레드' (다음 발췌)

  그럼에도 그녀는 이 무모해보이는 싸움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녀가 가진 막연한 신념 때문도 아니고, 그녀의 그릇된 고집도 아니다. 자신이 아니면 아무도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딸을 위해 나서 주지 않을 것이란 그 절박함 하나가 그녀를 더욱 무모한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로 죽음을 맞이한 경찰서장(우디 해럴슨)이다. 그가 죽음을 결심한 순간에도 그는 원망이 아닌 이해와 배려로 그녀에게 두꺼운 보호막 하나를 선물한 뒤 숨을 거둔다. 경찰서장의 이러한 배려는 그녀에게 무겁고 커다란 짐이 됨과 동시에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그녀는 그렇게 지치지 않고 그녀의 외롭고 기나긴 싸움을 이어나간다. 그런 그녀를 돕기 위해 결정적으로 나서는 이가 나타나는데 그는 그녀와 지속적으로 맞서며 갈등을 일으키던 경찰관 '딕슨(샘 록웰)'이다. 

그녀가 도로위 간판에 새긴 세개의 문구들 (다음 발췌)

  바로 앞의 전개도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관계성과 전개는 영화에서 시나리오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복잡한 관계성과 함께 탁월한 개연성으로 그 모든 예측불가를 얽어내는 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자 매력이다. 그녀는 '딕슨'과 함께 차에 올라 딸아이를 죽인 범죄자로 추정되는 이의 목숨을 빼았기위해 나선다. 그러나 그와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들이 계획했던 바를 실행하지 못한 채 결말을 맺고, 영화는 조금은 허무하게 그렇게 끝난다. 지독하리만치 결정적 순간을 위해 달려온 그녀가 왜 정작 그 순간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지는 명백하게 영화에서 알려주지 않지만, 진실은 모른 채 오히려 다른 누군가의 목숨을 또 빼앗고 결말을 내렸다면 그녀의 신념이 무너지게 되는 결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허무한 결말이 어울린다. 진실은 어차피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딸을 억울하게 잃은 '밀드레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월러비'서장 (다음 발췌)

  억울하게 딸아이를 잃은 밀드레드의 행동들은 괴짜에 가까울 정도로 엽기적이긴 하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행동이 조금은 과하다 싶은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서스럼없이 욕지거리를 하고, 폭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기도 한다. 물론 오해에서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밀드레드와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하는데 바로 영화의 말미에 밀드레드를 도와주는 '딕슨'이다. 그 또한 잘못된 오해로 다른 사람을 해치려 한 다혈질의 사람이다. 결점도 많고 무모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은 서로 인정하기 싫지만 어찌 보면 참으로 많이 닮아 있기는 하다. 섣부르고 올바르지 못한 판단을 해서 감당 못하는 일을 저지르던 두 사람이 만나서 딸아이를 죽인 범죄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죽이려 떠나는 차량 안에서 평소와 달리 결정을 바로 내리지 못하는 장면은 이상하면서 오묘한 울림을 전해준다. 이들에게 남아있는 인간성이랄지, 남들과 다름없는 착한 본성을 보여주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마을 사람들과 적대적인 관게를 가진 '밀드레드' (다음 발췌)

  이 영화는 죽은 딸을 위해 세상에 맞서는 무모하리만치 강렬한 신념을 가진 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때론 절제하고, 때론 폭팔시키며, 잔잔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는 그런 영화이다. 피해자와 범죄자는 떠나버리고 유가족과 경찰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그들이 겪는 상처와 눈물, 치유해가는 과정과 아픔을 직접적이지 않으나 깊은 울림으로 전해주는 힘이 내재되어 있는 그런 영화이다. 피해자의 어머니를 그저 나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가 아닌 이러한 방식으로 그려낸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고 그와 더불어 범인의 뒤를 추격하는 경찰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는 영화 역시 본 적이 없다.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분노는 살인자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이지만, 그들이 가해자가 되는 길로 나가는 방식은 그들이 보여준 평소의 행동과는 달리 매우 일반적이라 쉽사리 걸어 나가지 않는다. 신뢰와 용서 그리고 사랑으로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모든 걸 극복해 낸다. 피해자의 어머니 '밀드레드'를 연기한 배우는 올해로 연기 경력 34년 차를 맞이한 대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맡았다. 그녀는 1997년 영화 <파고>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토니상과 에미상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거머쥐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화려한 커리어가 돋보이는 배우로 이 영화에서 분노와 상실의 황량함으로 막다른 골목에 서서 세상과 맞서는 엄마 '밀드레드'의 강렬한 분노와 슬픔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지금까지의 수상 내역을 잊게 만들 만큼 인생연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만큼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는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을 준다. 그리고 '우디 해럴슨'과 '샘 록웰'은 과연 그들의 연기의 끝은 어디일지 알 수 없는 깊이의 연기를 선보인다. 골드 글로브 4관왕, 영국 아카데미 5관왕, 아카데미 7개 부분 노미네이트 된 영화이다.

'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월러비 서장?' (다음 발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