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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동행의의미.그린북(GreenBook.2017)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그린북(GREEN BOOK)'이란 1936년부터 66년까지 출간된 흑인들을 위한 전용 여행 가이드북으로 특히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남부를 여행하는데 필요한 필수서이다. 극 중 주인공인 '돈 셜리(마허 샬라 알리)'는 흑인이자 천재 피아니스트로 1962년 남부 투어 공연을 가는데 그의 운전기사이자 보디가드로 백인인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 동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시나리오 작업에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이 참여를 했다. 주요 내용은 '돈 셜리'가 인종차별과 갈등이 심한 남부지방을 순회공연하기 위해 8주간 운전할 기사를 모집하게 되고 마침 돈은 잘 못 벌지만 주먹 좀 쓰며, 말발도 좋은 해결사 노릇을 하는 '토니 발레롱가'가 자신이 일하던 업소가 잠시 휴업을 한 상태라 돈을 벌기 위해 참여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8주간의 여정을 통해 흑인인 '돈'과 백인인 '토니'가 서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게 되는 내용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흑인이지만 천재적인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다음 발췌)

  극중에서 '돈'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로 백악관에도 초청을 받을 정도로 실력자이며,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꽤 부유한 계층이고 그에 비해 백인인 '토니'는 이탈리아 이주민에 교양이나 예절은 찾아볼 수 없는 하층민이다. 게다가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 주의자이다. 그런 둘이 만나서 여행을 떠나가 서로 알아가면서,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여행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로드무비'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여전히 주로 흑인이 백인이 주인공인 영화에서 동등하게 등장하면 다행이고, 주로 백인의 밑에서 특별함 없이 활동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반대로 백인이 하층민인 노동자 계급이고 흑인이 엘리트 계층으로 설정상 반전의 묘미를 준다. 물론, 둘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로드무비 형식으로 전개과정 중에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과 이로 인한 두 캐릭터의 변화들도 흥미롭게 그려내긴 했다. 덕분에 두 배우의 조합이 영화 자체의 재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서로 초반에는 차별을 느끼며 대립하는 느낌을 주지만 결국에는 화합하여 우정을 그린 내용이니 마지막까지 훈훈하게 결말을 맺는다.

신분이 서로 다른 두 사람 '돈'과 '토니' (다음 발췌)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토니'의 아들인 '닉 발레롱가'가 참여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영화의 전반적인 주체 인물이 '토니'에게 맞추어져 있다. 또한 극적인 재미를 위해서였겠지만 '돈'이 엘리트 출신임에도 약간은 샌님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고 동성애적인 성향에 흑인이지만 정작 흑인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실제로도 '돈 셜리'는 양성애자였고 극 중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닌 사회적 위치에 위치하고 있어 외로움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쓰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에 비해 백인인 '토니'는 돈을 잘 벌지 못하는 것 이외엔 사회적으로 그리 큰 결함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돈'이 경찰에 잡혔을 때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하고, 흑인인 '돈'에게 치킨 먹는 법을 가르치며,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이 있는 가정을 가진 남자이다. 게다가 주먹 좀 쓰고 무식해 보이지만 가족을 살뜰하게 챙기는 자상함도 가지고 있고 성격도 쿨하기까지 하다. 인격적으로 거의 완벽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남부로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 (다음 발췌)

  애초에 이 영화는 백인인 '토니'를 중심으로 흑인인 '돈'을 바라보는데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건 처음부터 '토니'의 아들만이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의 기억과 '토니'의 자료만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영화의 시각 자체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상으로도 '토니'가 '돈'을 인정하고 믿어주는 등의 심정 변화가 그리 깊고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1960년대라면 흑백 인종차별이 극심한 동시에 동성애마저 인정받거나 존중받지 못한 시기인데 이탈리아 출신의 게다가 마초 같은 '토니'가 '돈'의 모든 걸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게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 '돈'의 입장에서는 모든 걸 해결해주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토니'에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만 '토니'에겐 '돈'이 그저 피아노를 잘 치는 인물이고 극 중에서 '토니'가 큰 변화를 가질만한 계기가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두 사람만의 8주간의 여행이라는 설정에서 '토니'가 '돈'에게서 인간적인 남다른 면을 변화했을 수 있겠다고 추측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추측만으로 넘어가기엔 '토니'라는 인물 자체에 너무 과한 장점을 부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토니'와 그의 사랑하는 아내 (다음 발췌)

  영화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의 역사의 단면을 보는 재미가 있어서 여러모로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등장인물 또한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결국은 서로를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우정으로 거듭나는 점도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소재이다. 다만 백인인 '토니'의 시각에만 의지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느낌이라던가 두 인물의 관계가 분명 사회적 신분상으로는 '돈'이 상류층에 위치해 있지만 이야기 구조상에는 '토니'가 우위에 놓여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흑인의 신분으로 영화를 보았다면 다소 불편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로의 격차를 줄이고 우정을 쌓아가는 두 사람 (다음 발췌)

  거의 모든 사건들이 의미심장한 것이어서 실화를 바탕으로 진액만 잘 뽑아 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겨우' 50여 년 전의 사회적 시선이 그렇게나 각박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지만, 그 시절만큼이나 여전히 사회의 한구석에서는 인종차별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정하고는 싶지만 우리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진실이다.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모든 자유와 권리를 단지 피부색으로 결정당하고 구속당했던 그 모진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 온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유색인들, 특히 흑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극 중 '토니'의 표정만큼이나 매우 무덤덤하게 그 시절을 표현해내고 있으나 매우 날카롭게 파고드는 비판은 이 영화가 주는 작은 선물이다. 차별을 차별이라 느끼지 못하는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그랬듯이, 그 차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남부'의 흑인들을 남 보듯 바라보던 북부에 거주하는 상류층인 '돈'의 표정이 환경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다소 한쪽으로 치운친것 같은 영화적 시선이 아쉬움은 남기지만 그보다 더 큰 사회비판이 잔잔하게 다가오는 좋은 영화이다.

'토니(비고 모텐슨)'과 '돈(마허샬라 알리)'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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