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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여신에홀리다.천녀유혼(Chinese Ghost Story.1987)

by 꿈꾸는구름 2019.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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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재개봉 포스터 (다음 발췌)

  80년대 후반에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개봉했을 때 그 반향은 실로 대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식 개봉관이 아닌 동시 상영관에서 엄청난 히트를 쳤다는 것이다. '영웅본색'도 같은 경우로 이후 우리나라에서 홍콩영화의 전성기가 시작이 되었고 배우들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인데, 명나라 말과 청나라 초기에 살았던 '포송령'이 쓴 '요재이지'에 나오는 섭소천과 가난한 서생 영채신의 이야기를 실사화한 작품이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제작을 맡은 '서극'과 정소동 감독은 당시의 SF효과를 한껏 살려내 공중을 날아다니며, 인간과 요괴가 무협 대결을 펼치는 특수효과들을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어 이후의 홍콩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당신의 홍콩 영화 특유의 무협 요소, 판타지적인 요소, SF적인 영상 촬영기법 등과 배우들의 동양적인 신비한 매력 등의 요소들이 결합하여 신비하고 재미있는 동양 판타지 영화가 많이 나오게 된 것이다.

리즈 시절의 왕조현 '섭소천'역 (다음 발췌)

  옛날 중국의 어느 혼탁한 시대에 험난한 여정을 하며 세금을 징수하는 일을 하는 '영채신(장국영)'은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던 도중 도적떼와 한 무사의 칼싸움에 휩쓸리게 되어 간신히 몸을 피해 한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그곳에 있는 상점에 들러 장부를 보이며 세금을 걷으려 하지만 쏟아진 비에 장부는 글씨가 번져 못쓰게 되고 결국 다시 장부를 작성할 생각에 공짜로 묵을 장소를 찾게 되고, '난약사'라는 폐허의 절에서 하룻밤 묵게된다. 늑대들에게 쫓기며 간신히 난약사로 들어온 영채신은 절 안에서 이미 비를 피하며 만났던 무사와 또 한 명의 정체모를 무사의 대결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난약사에 거주하며 귀신과 지내는 도사 '연적하(우마)'를 만나게 된다. 장부를 다시 만들던 영채신은 아름다운 악기 소리에 이끌려 가서 '섭소천(왕조현)'을 만나게 된다. 섭소천은 그를 유혹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고 이때 나타난 연적하에게 함께 쫓기게 되면서 오히려 영채신의 순수함에 이끌리게 된다. 

'섭소천(왕조현)'과 '영채신(장국영) (다음 발췌)

  그렇게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두 사람은 우연히 소천의 집에 갔다가 소천이 잡혀있는 '나무귀신'에게 들킬 위기를 당하지만 소천의 도움을 간신히 빠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나무귀신에게 들켜 영채신은 위기에 빠지게 되고 소천은 그를 구하려 하지만 나무귀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떄 나타난 연적하가 나무귀신을 물리치고 그는 결국 영채신에게 소천이 귀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영채신은 처음엔 이 사실을 믿지 못하지만 결국 소천이 귀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거부하려 하지만 이미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에 감동한 연적하까지 함께 나무귀신의 소굴에서 도망치려 한다. 세 사람은 나무귀신과의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이고 영채신의 몸속에 있던 반야심경 덕분에 간신히 나무귀신을 물리친다. 나무귀신의 뿌리 아래에 묻힌 소천의 유골을 제대로 된 곳에 묻어주면 환생할 수 있다는 말에 그들은 그녀의 유골을 찾아 다른 곳에 묻어주려 길을 떠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연적하'역의 '우마'와 '장국영'(다음 발췌)

  172cm의 장신에 갸름한 얼굴과 신체에 동양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는 왕조현은 이 영화에서 귀신 역할을 맡아 나무귀신을 위해 사내들을 유혹하는 연기를 펼쳤고, 나풀거리는 의상을 입고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모습으로 신비감을 더했으며, 인간에게 애정을 품게되는 애절함과 간간히 보이는 귀여움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섭소천'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며 '천녀유혼' 또한 그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매력이야 말로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며 그로 인해 당시 홍콩 영화계에서 주목받던 여배우들 중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요괴에 노예처럼 매여있는 신세라 그런 것이 긴 하지만, 그녀의 임무가 남자를 성적으로 유혹해 관계를 맺을 때 발목의 방울을 울려 요괴를 부르고 요괴에게 남자의 양기를 바치는 일종의 '미끼'같은 역할을 했다. 그렇기에 '관능적인' 장면들이 몇몇 보이긴 하는데 이 영화의 유명하고 인상적인 목욕씬에서도 상체의 옷을 풀어헤치며 욕통에 숨어있는 영채신과 수중 키스를 하는 장면이나, 무사를 유혹하는 장면, 정자에서 영채신과 애정을 교감하는 장면 등 곳곳에 이러한 에로티시즘적인 분위기를 여러 번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유명한 장면 (다음 발췌)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가 성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노골적인 것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오히려 관능적인 이미지를 조금씩 가미하면서 인간과 귀신과의 관계라는 신비함을 더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 싶다. 그리고 영채신 역을 연기한 장국영은 당시에 앳되고 꽃미남형의 외모와 순수하고 순진한, 하지만 나름의 의지가 강한 캐릭터를 만들어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이후에 홍콩을 대표하는 스타가 되어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 영화의 출연 이후 작품성 있는 영화들에 자주 출연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예술적인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되었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 한 사건으로 남아 여전히 음모론을 만들며 매년 4월 1일이 되면 회자되고 있다. 

두 사람의 수중키스장면 (다음 발췌)

  이렇게 두 남녀배우들의 호흡이 환상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또한 배우들의 이러한 매력에 더해 그때까지 보기 힘들었던 동양적인 판타지 스토리를 특수효과와 결합시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걸작으로 탄생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후 제작된 2,3편에는 왕조현은 그대로 모두 출연을 하고 정소동 감독도 연출을 맡게 되지만 장국영은 2편을 끝으로 이 영화를 하차하게 된다. 3편은 '양조위'가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연적하를 연기한 '우마'대신 '장학우'가 출연을 한다. 2,3편도 물론 좋았지만 1편에서 보여준 왕조현의 등장 장면을 넘어설 수 있는 인상적인 장면들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2011년에 이 영화는 리메이크가 되는데 당시 중국의 미녀 여배우라 불린 '유역비'가 섭소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지만, 안타깝게도 왕조현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단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당시 왕조현에게는 있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는 87년에 소년기를 보낸 모든 남자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연예계를 은퇴하고 캐나다에서 은둔생활을 하듯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당시의 팬의 한 사람으로서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이다.  

중국의 전통의상이 참 잘어울리는 왕조현 (다음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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