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영화리뷰]그저셀레임.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Express.1994)

by 꿈꾸는구름 2019. 6. 20.
반응형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임 포스터 (다음 발췌)

  영화의 제목인 '중경삼림'의 뜻을 먼저 살펴보자면 '중경'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명으로 홍콩의 어느 지역 빌딩의 이름이라고 한다.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다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장소이다. 홍콩의 대부분의 지역이 협소한 지형 탓에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삼림'은 빽빽이 들어찬 나무들이라는 정도의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장소를 의미하고 있다. '중경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장소'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고, 사랑과 실연, 만남과 헤어짐과 같은 인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관계를 '중경'이라는 우리네 삶의 축소판과 같은 곳에서 풀어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영문으로는 'Chungking Express'인데 여기서 나오는 'Express'는 영화에 나오는 '페이(왕페이)'가 일하는 패스트 푸드점 이름이기도 하다. 두 남자와 페이가 만나는 공간, 금성무의 이야기에서 양조위의 이야기로 전화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단순히 '공간'적인 명칭에서 더 나아가 빠르게 흘러가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찰 663'을 짝사랑하는 패스트 푸드점원역 '왕페이'.(다음 발췌)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무엇인가 결여 되어 있는 상태이다. 모두가 상실감에 빠져서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 663(양조위)'이 여자 친구가 주었다며 '페이(왕페이)'가 건네는 편지를 읽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는 주위 군중들은 매우 빠르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반면에 주인공들은 매우 느린 속도로 커피를 마시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영화의 매우 유명한 장면인데, 이 장면에서 인물들은 주변에 절대 동화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향해 있는 각자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 장면을 통해 많은 군중들 속에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 혼자라는 느낌을 가지는 현대인들의 '군중 속 고독'과 같은 초상을 보게 된다. 

실연당한 '경찰 663'역 '양조위' (다음 발췌)

  실연을 당한 두 남자는 5월 1일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다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고, 떠나간 연인이 남긴 흔적들속에서 느끼는 그리움을 비누와 수건, 곰인형에게 홀로 남아 토로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두 여성이 등장한다. '경찰 663(양조위)'에게 나타난 한 여성(왕페이/왕정문)은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흥얼거리며 이 세계와는 분명히 다른 캘리포니아를 그린다. 그리고 자신이 홀로 짝사랑하던 '경찰 663'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의 옛 애인이 남긴 흔적들을 조금씩 지워나가고 그 자리에 자신의 흔적들을 남겨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한다. 하지만 직접 그에게 고백을 할 용기는 없었기에 자신의 사랑을 '몽유'라고 표현하면서 하루빨리 꿈에서 깨어나길 바란다.  

옛 애인을 잊지 못하는 '경찰 223'역 '금성무' (다음 발췌)

  '경찰 223(금성무)'에게 나타난 여성(임청하)은 마약 밀거래를 하면서 항상 누군가에게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그라스와 레인코트, 금발머리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차림으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녀의 외모에서 이미 어울리지 않는, 함께 할 수 없는 두 가지 아이템인 선글라스와 레인코트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이미지로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 역시 우연히 만나 어쩌면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쫓김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쳐 지나가는 그 인연에 눈길을 주지 못한다. 이 네 인물들은 각자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 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노랑머리 마약중개상역 '임청하' (다음 발췌)

  이 영화에는 '기한'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을 하고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첫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경찰 223'은 시간에 대해 병적으로 집착을 한다. '57시간 후에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 이 여자는 6시간 후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난 만년으로 정할 것이다.' 등 시간으로 자신의 의지를 상정하는 모습은 '시간'과 '기한'이외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감을 함께 드러낸다. 그래서 결국은 시간에 얽매이고 쫓기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자신을 그 틀 안에 몰아넣으려 한다. 이러한 정서는 영화 제작 당시의 홍콩 사회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99년간의 영국령에서 중국 본토로의 반환을 앞둔 시기여서 홍콩 사회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었다. 1997년이 되면 모든 게 변하고 바뀔 수 있다는 홍콩 시민들의 공통된 생각들이 영화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 시기의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으로서 왕가위 감독 역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홍콩인들의 심리를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 223'의 시간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영화에 주로 사용된 이미지들 (다음 발췌)

  '새로움'으로 무장한 채 90년대에 등장한 이 영화는 그 당시 젊은이들에게 많은 충격과 흥분을 안겨 주었다. 비단 흔들리고 흐르는 듯한 영상과 2시간 내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영상미 뿐만아니라 좌충우돌하고 외로우며 정처 없이 헤매는 청춘들을 신선한 감각으로 풀어낸 영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열광을 했다. 영화에 흐르는 음악들도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california dreamming''몽중인' 등은 여전히 사랑받는 영화음악이다. 왕가위 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은 어떤 복잡한 의도 없이, 자신이 느끼는 '홍콩'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했다. 즉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는 그 시대 자체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오히려 90년대 보다 '새로움'들의 등장이 드문시대이다. 너무나 많은 새로움들이 매일 등장을 하고 있어서 둔감 해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설레던' 그런 새로움 들을 느낀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