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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그녀의리즈시절.라붐(LaBoum.1980)

by 꿈꾸는구름 201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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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 (다음 발췌)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해외 스타들(일부 국내 스타도 있었다)의 사진을 코팅해서 지니는 문화가 있었다. 동네 문구점마다 A4용지 크기의 해외 스타 사진을 주루룩 걸어 놓고 판매를 했으며, 사진을 고르고 주인 아줌마에게 건네면 코팅을 해서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걸 책받침으로 주로 사용해서 이들을 '책받침 스타'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이들의 판매량에 따라 그 스타의 인기도를 잴 수 있는 척도이기도 했다. 일부 나같은 아이들은 그 코팅 된 사진들을 방안에 걸어 놓고 나만의 갤러리를 만들기도 했었다. 극중 주인공인 '빅'의 나이와 같은 13살의 나이에 오디션에 참가, 700: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라 붐'의 사랑스러운 소녀 ‘빅’으로 발탁된 소피 마르소는 1980년 영화 개봉 당시 프랑스 현지에서만 450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모으며 인기몰이를 하여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하이틴 스타’가 된다. 그녀의 사랑스러움은 프랑스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 뭇 소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녀 '소피 마르소'의 리즈 시절 (다음 발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대가 아니었으니(PC도 일반인에게 보급되기 이전이다), 스타를 좋아하는 팬이 스타의 사진을 간직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주로 홍콩의 스타들과 일부 국내 스타들의 사진이 판을 치던 와중에 거의 유일한 서양 스타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바로 소피 마르소다. 영화 한 편으로 해외는 물론 국내의 팬들을 형성하는 말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한 배우였다. 연기력을 논하기에는 스타나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나 모두 너무 어렸기에 그저 커다란 눈망울에 오목조목하게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의 이미지만을 놓고 그녀를 따르게 되었다. 사춘기 소년들의 마음을 단 번에 훔친 소피 마르소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티끌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피부와 그윽한 눈빛 속에 묻어나는 청순한 외모. 또한, 당시 외국배우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검은 생머리'는 동서양의 묘한 조화를 이루며 신비로운 매력까지 더해져 단숨에 전세계 모든 소년들의 원조 첫사랑의 아이콘이 되었다. 사실 배우로서 그녀의 연기가 어땠는지, 연기를 논할만한 작품이 있었는지 이글을 쓰면서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게 당혹스럽긴하다. 

어린 나이에 우연히 데뷔를 하게 된 소피 마르소(다음 발췌)

  그녀의 데뷔작인 '라붐'은 1980년에 프랑스에서 개봉했지만, 국내에는 TV와 비디오 판권만 판매가 되어서 극장 개봉은 무려 33년만인 2013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하긴 15세 관람가라 내가 고작 5살이었던 1980년에 개봉을 했어도 못봤겠지만 말이다. 중학생 1학년때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15세는 아마 안되었지 싶다. 사춘기 청춘들을 '이해'하시는 혹은 영업의 이익을 쫓으시는 비디오가게 주인 아주머니의 아량으로 봤을게다. 그때는 그러한 일도 '범죄'가 아닌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우리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그게 또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빅의 남자친구(알렉산드로 스털링) (다음 발췌)

  영화의 내용은 15세 관람가에 걸맞지 않게 난해하다. 프랑스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동양의, 적어도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겉보기엔 15세 소녀의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인 듯하지만, 주인공 소녀 엄마, 아빠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지고, 게다가 엄마의 외도상대는 '무려' 주인공 '빅'의 학교 선생님이다. 주인공 '빅'과 그 남자친구 '매튜'의 중심적인 사랑이야기에 빅의 아빠(클로드 브라소)와 엄마(브리지트 포시)의 40대 중년의 사랑이야기가 더해지면서 프랑스의 그 당시 일반적인 사회상을 엿볼수가 있는데, 글쎄 이게 일반적인 사회상이라면 프랑스의 윤리관은 동양의 그것과는 차이가 많은것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이해가 힘든 내용들이니까.

주인공의 엄마(브리지트 포시)와 아빠(클로드 브라소) (다음 발췌)

  사랑과 연애에 대한 80년대의 프랑스 시선을 간접적으로 나마 알수가 있는 내용이었고, 직설적이고 쿨한 그들의 문화가 전적으로 이해가 되는건 결코 아니었지만 세상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니까 인정해야 한다. 고유의 사회와 문화이니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서구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어서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정서로는 이해가 안되었기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니면 그 당시 소피 마르소의 '미친' 외모에 홀려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영화의 내용이 많은 부분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이유가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소피 마르소의 그 미소들과 음악들, 그게 영화 '라붐'의 이미지 이다. 

라붐의 대표적인 장면(다음 발췌)

  영화 속 가장 유명한 장면인 헤드폰씬과 함께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곡 중의 명곡 '라 붐'의 OST 중 ‘Reality’를 다시 감상할 수 있다. ‘Reality’는 프랑스 가수 리처드 샌더슨(Richard Sanderson)의 노래로 그의 특유의 미성과 멜로디가 첫사랑의 감성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져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에 대 히트를 기록한 곡이다. 극중 ‘빅’이 한 파티장에서 첫눈에 반한 핸섬남 ‘마튜’가 씌워준 헤드폰 너머로 듣게 되는 ‘Reality’는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게 되는 매개체로서 그 멜로디가 시작됨과 동시에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가사 내용 또한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 13살 소녀의 순수한 감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아련한 첫사랑의 감성이 짙게 묻어나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오랫동안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전주만 들어도 설레이는 몇안되는 팝송중 하나이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몇 초에 보여주는 '반전'은 내내 보여주었던 주인공 소녀의 지고 지순한 첫사랑의 모습과는 달라 잠시 혼란스럽게 해주지만, 이것도 영화의 주제와 궤를 같이 하는지라 낯설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사춘기 소년이었던 내게 이성관에 영향을 줄 정도로 인상적이지 않았기에 혼란스러운 그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브라운관에 보이는 천사를 혹은 살아있는 인형을 멍~하니 바라볼 뿐. 첫사랑에 울고 웃는 순수하고 발랄한 15세 사춘기 소녀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인양 있는 그대로 보여준 소피 마르소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동시대를 살았던 사춘기 소년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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