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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사랑은믿음.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TheBridewithWhiteHair.1993)

by 꿈꾸는구름 2019.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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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강렬한 영화의 포스터 (다음 발췌)

  '백발마녀전'이라는 제목은 단박에 무협영화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이 영화는 멜로이며 동시에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에 대한 영화이다. 단지 무협은 거들뿐... 동방불패의 너무도 인상 깊었던 임청하의 연기때문에 이 영화는 개봉하자 마자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비스듬이 서서 아래로 눈을 내리뜨고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모습은, 거기다가 하얗게 변해버린 백발이라니... 사랑의 배신감에 백발마녀가 된 연예상의 캐릭터와 정확히 일치 하였다. 백발마녀역에 다른 어느 여배우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탁일항역 '장국영', 연예상역 '임청하'(다음 발췌)

  장국영, 임청하의 조합은 더할나위 없었다. 줄곧 올바르고 강직하거나 어딘가 약간은 허설픈 역할을 줄곧 맡아온 장국영과 중성적인 매력과 강인한 여성을 줄곧 연기해온 임청하의 만남은 '백발마녀전'이라는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제격이었다.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그 시대의 무협영화가 그랬듯이. 무당파와 마교의 대립, 마교교주의 연예상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된 탁일항과 연예상, 이름이 없던 연예상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탁일항, 탁일항과 연예상의 사랑에 대한 마교교주의 증오심, 마교 교주의 음모로 인해 오해가 생긴 탁일항, 믿음을 묻는 연예상과 순간 연인을 믿지 못하는 탁일항, 믿었던 연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연예상. 대략적인 이야기를 함축해 보자면 이렇다. 매우 단순한 구조이지만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방향은 정확하고 강직하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연인에게 모든걸 맡기기로 하고 마교에서 모진 통과의례를 마친 후, 자유의 몸이 되어 행복한 표정으로 연인을 찾아 온 연예상에게 가혹한 시련이 닥친다. 자신으로 둔갑해 무당파 사람들을 모두 죽인 마교교주의 책략에 자신이 믿었던 탁일항이 시험에 든 것이다.

연인을 의심하는 탁일항. 비극의 시작(다음 발췌)

연예상 : 우리가요 탁일항 : 한가지만 묻겠어. 당신 짓이야? 연예상 : 나와는 상관없어요... 내가 묻죠... 같이 갈꺼예요? 탁일항 : 도대체 왜그랬어? 왜? 연예상 : 당신은 왜? 나를 안믿어요? 그리고 연예상은 백발 마녀가 된다. 

카리스마... 임청하.(다음 발췌)

  영화는 무협이라는 큰 틀을 깨지 않기 위해 현란한 액션장면이 많다. 하지만 그와 함께 인물의 눈을 클로즈 업 하는 장면이 많다. 이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관객에게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 되었을 것이다. 작은 흔들림에 의해 연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두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자연스럽다. 개봉 당시 영화 촬영전에 장국영이 임청하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 당하고 촬영한 영화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임청하를 바라보는 장국영의 눈빛은 애절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훗날 장국영은 동애자로 밝혀진다. 

임청하의 강렬한 눈빛 (다음 발췌)
장국영의 감성적인 눈빛(네이버 발췌)

  믿음을 저버린 댓가는 가혹하다. 찰나의 의심이었지만 그로 인해 두 연인이 겪게되는 고통은 평생을 지고 가야할 짐으로 남아 있는다. 탁일항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차디찬 천설봉위에서 20년에 한번 핀다는 '천화'를 기다리고, 연예상은 백발마녀가 되어 강호를 떠돌게 된다. 찰나의 의심과 오해로 인한 결과라기엔 너무도 가혹하지만, 현실이 가혹할수록 그들이 사랑했던 깊이와 진정성이 그만큼 깊었었다는 증거일 것이므로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마음은 한편으론 푸근해질 법도 하다.

탁일항을 떠나는 연예상의 마지막 모습(다음 발췌)

  P.S 탁일항을 홀로 남기고 떠나는 연예상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저런 눈빛과 표정을 가진 여배우는 단언컨데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임청하는 마흔을 넘겼었다고 한다.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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