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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리뷰]소외와단절속에표류하다.김씨표류기(2009)

by 꿈꾸는구름 2019.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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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영화의 메인 포스터(다음 발췌)

영화속 주인공, 표류하는 남자'김씨(정재영)' (다음 발췌)

  부채가 2억이 넘어가고, 여자친구는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남자 '김씨'는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지만, 도보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한강에 있는 밤섬에 '표류'하게 된다. 물공포증이 있고 수영을 못하는 김씨에게는 밤섬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그는 물속으로 들어가 익사하기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물로 들어가지만 물공포증에 놀라 가까스로 물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려하지만 그때 울리는 '민방위 훈련' 사이렌 소리.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는것에도 실패한 김씨는 '자살은 아무때나 할 수 있다'는 위안을 하며 밤섬에서의 표류 생활을 시작한다. 

왕따로 인한 상처에 자신의 방에서 '표류'중인 여자 '김씨(정려원)'(다음 발췌) 

  외모로 인한 콤플렉스로 학창시절 집단 왕따를 당한 여자 '김씨'는 그로인한 정신적 상처로 자신의 좁고 어두운 작은 방에서 외부와의 단절을 한 채 '표류'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홈피관리' '달사진 찍기''일년에 두번 민방위 훈련때 세상 사진찍기'가 전부였다. 인터넷에서 다른사람의 사진을 자신인양 거짓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위안으로 삼으며, 자신의 카메라로 달사진과 민방위훈련으로 텅빈 도심을 찍는걸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으로 삼고있다. 그녀 역시 타의에 의해 남자 '김씨'와 마찬가지로 '표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강 밤섬에 갇힌 '김씨' (다음 발췌)

  '김씨 표류기'는 외부와 단절된 자신만의 공간에 '갇힌' 두 남녀의 표류기를 그린 영화로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와 '단절'과 '소통'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지만 무겁지만은 않은 이야기 톤으로 이끌어가는 보석같은 영화다. 관람객수(관람객 수라는 단편적인 잣대로 영화를 평가하는건 매번 맘에 걸리는 일이지만)가 겨우 72만명이었다는 건 영화만큼이나 '놀라운' 일이었지만 평단의 나쁘지 않은 평가와 입소문에 비하면 대중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는 수업의 교재로 채택되었다고도 하니 영화의 '질'은 나쁘지 않은게 분명하다.너무나 재미있게 본 나로서도 영화가 품고있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매우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많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정재영'이라는 배우가 있지만 말이다.

남자 '김씨' 배우 정재영 (다음 발췌)

  영화 '마션'이나 '캐스트 어웨이'와 같은 대작에서 남자 주인공 혼자 극의 80%이상을 끌고 나가는 걸 보아왔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준 '정재영'의 연기는 마션의 ' 맷 데이먼 '이나 캐스트 어웨이의 '탐 행크스'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코믹적인 요소로 풀어나가는 모습은 정재영이 더 낫다고 생각되었다. 워낙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진 그이지만 영화를 홀로 이끌어 가야하는 단독 주연의 영화에 ( 물론 정려원의 비중이 있긴 하지만 ) 매우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예의 그 능숙 능란함으로 잘 넘긴다. 울음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연기는 매우 탁월했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연기마저 코믹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재능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밤섬에서 첫 식사를 하는 '김씨' (다음 발췌)

  자살대신에 삶을 택한 김씨는 섬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모아 살림살이를 만든다. 그리고 버려진 '오리배'를 구해와 자신의 '집'으로 개조하여 사용한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그 곳에서 그는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며 삶을 영위해 나가기 시작한다. 온종일 먹을 것을 구하는데에만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 외에는 어떤 희마이도 없는 삶을 살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짜파게티' 봉투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스프'를 얻게 된다. 이 스프가 그의 '희망'이 된다. 밤섬에서 표류 하던 그가 그 안에서 짜파게티를 만들어 먹으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조난 영화와는 달리 밤섬에서의 '탈출'이나 '구조'를 기다리는게 아닌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작지만 큰 '희망'을 그 곳에서 선택한다. 그 이후로 그는 짜파게티면을 만들기 위한 곡식재배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의 희망이니까. 궁하면 통한다했던가 새들의 배설물에서 씨앗이 있을꺼라 확신한 그는 새들의 배설물을 모아 땅에 심는다. 

'김씨'의 희망 '짜파게티' (다음 발췌)

  무료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는 이제 '해야 할' 일이 생긴것이다. 매일같이 밭을 일구고 새들로부터 습격을 막기위해 '오뚜기' 허수아비를 세우고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옥수수 싹이 돋는다. 한편, 섬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던 여자 '김씨'는 섬에 고립된 남자 '김씨'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그에게 동질감을 담은 호감을 갖게 된다. 남자'김씨'의 'HELP'라는 구조신호가 'HELLO'로 바뀌는 걸 본 그녀는 남자 '김씨'와 소통하기로 결심하고 3년만에 집밖으로 나가 김씨에게 'HELLO'라고 적힌 쪽지를 전달하고 온다. 3개월이 지나서야 여자 '김씨'의 편지를 읽은 남자는 여자에게 'HOW ARE YOU?'라는 답장을 보내고 여자는 남자의 답장에 기뻐하며 또 다른 메세지를 보낸다. 소통의 부재에 있던 두 사람은 잠시나마 설레임을 갖고 서로의 메세지를 기다리게 되는데 남자의 'WHO ARE YOU?'라는 질문에 여자는 다시금 방안으로 숨게 된다. 그 사이 남자는 옥수수를 재배하여 꿈에 그리던 '짜파게티'를 만들어 먹게 된다.

남자 김씨 정재영 (다음 발췌)

  여자가 거짓으로 관리하던 '미니홈피'는 사람들에 의해 거짓임이 밝혀지게 되고, 여자는 다시금 사람들로부터 도망쳐 혼자만의 공간으로 숨게 된다. 그리고 남자도 갑작스런 폭풍우로 자신만의 안식처였던 '오리배'를 잃게 되고 폭풍후 이후에 정비작업을 위해 밤섬에 도착한 공무원들과 해병대 예비군들에게 붙잡혀 섬에서 쫓겨나게 된다. 사람들에 의해 섬을 좇겨나게 된 남자 '김씨'는 밤섬이 자신만의 섬이라며 절규한다. 두 '김씨'는 공통적으로 사회로 부터 단절된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도감을 느끼며 생활한다. 여자 김씨는 사이버 공간인 '미니홈피'에서 그리고 남자 김씨는 '오리배'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금 외부로부터 빼앗기게 되었을 때는 세상을 잃은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영화 내내 유쾌한 톤으로 영화를 이끌지만 결국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성씨인 '김씨'들을 '사회구성원'들이라 가정하여 그들이 사회에서 겪고 있는 단절과 소통 부재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HELP'를 'HELLO'로 바꾸어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것이나, 와인병에 쪽지를 넣어 소통을 시도하는 단절된 그들의 노력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은 소통을 성공하게 되고 쉽지만은 않지만 결국엔 외부와의 소통은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이러한 '소통'의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며, 우리에게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새들의 배설물로 만들어낸 옥수수 새싹 (다음 발췌)

  상황도 우습고, 배우의 연기도 우습지만 영화안에 담긴 단단한 메세지는 결코 우습지만은 않은 관람객으로부터 철저히 표류당한 영화이다.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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