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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72

[영화리뷰]소리없는공포.콰이어트플레이스(AQuietPlace.2018)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한 가족이 모래 위를 맨발로 걸어가고 있다. 모두들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모래 위를 걸어간다. 마지막에 뒤따르던 가장 어린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 소리를 낸다. 모두들 놀란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여자들은 입을 막은 채 갑자기 오열을 하고 아이를 안고 가던 남자는 소리 내어 장난감을 만지고 천진하게 놀고 있는 아이를 향해 뛰어간다. 숲 속을 주시하면서 뛰어가는 남자 눈앞에서 아이는 무언가에 끌려 사라진다.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오프닝 시퀀스다. 이게 이 영화의 영화적 배경 설명 전부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명확하고 정확해서 별다른 부가 설명이 없어도 관객들은 단번에 이 영화의 룰을 인지하게 된다. 소리를 내지 말.. 2019. 8. 12.
[영화리뷰]화해의여정.몬태나(Hostiles.2017)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1892년은 사실 상 백인과 인디언의 전쟁이 끝난 시점이다. 인디언들은 싸움에서 패배하고 일정한 보호구역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게 된 시기이다. 이전의 적대적 관계에서 서서히 보호해야 할 소수인종이라는 생각이 백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었고, 자신들이 인디언들의 영토를 침범했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인디언들과의 싸움이 사실상 종료 됨에 따라 군대도 서서히 존재감을 상실해 가는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언들과의 싸움으로 잔뼈가 굵은 조셉 블로커(크리스챤 베일)는 군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가 서서히 사라져감을 느끼게 된다. 그는 단지 연금을 받기 위한 명예로운 제대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변화의 시기에 변하지 않음은.. 2019. 8. 11.
[영화리뷰]봉오동엔뭐가있었을까.봉오동전투(戰鬪, The Battle: Roar to Victory.2019)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제작되는 영화는 소재의 확실성이란 장점이 있지만, 역사를 사실적으로 구성해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과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은 부분이 있다. 그렇기에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는 이야기의 중간에 들어가야 할 연결고리를 역사의 흐름에 부합되면서 문맥상 튀지 않도록 잘 다듬어 이어가야 한다. 그러한 부분에서"만" 볼 때, '봉오동 전투'는 실제로 있었던 아픈 역사를 2시간 내내 지켜보고 있어야 할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역사적 사실과 지어낸 신파를 '적당히' 버무려 내었다. 사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화면으로 본다는 일은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보다 역사를 영화화하는 것이.. 2019. 8. 10.
[영화리뷰]아프고아파도.아무도모른다(誰も知らない,NobodyKnows.2003) - 결말을 포함한 다수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 '아무도 모른다'는 무책임한 엄마가 그대로 집을 나가면서 방치된 아이들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보는 내내 이 작품이 '픽션'이기를 마음속으로 바랐지만 '논픽션'이라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찔렀다. 그것도 매우 날카롭게. 그리고 한동안 큰 생채기로 남아있었다. 가장 장남이었던 첫째의 나이는 불과 12살로 설정되어 있지만 사실은 14살이었다고 한다. 12살이든 14살이든 너무나 어린 나이에 한명의 동생도 아니고 세명의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가혹하다. 그동안 이사를 하는것조차 굉장히 힘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주인에게 인사를 한 첫째를 제외한 세명의 아이들은 집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든.. 2019. 8. 9.